몇 년 전 아주 가까운 교우를 불시에 잃은적 있다.
아니
'잃었다'는 말은 주관적 입장에서 하는 말이고
하나님이 '데려'가셨다.
그때 그분이 남긴 물건들 중에 '남자의 물건'이랄 수 있는 유품 하나를
내가 지니게 되었는데, 그게 여행용 면도기다.
나는 아침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 면도기로 면도를 한다.
아침에 바빠서 못하면 저녁에라도 한다.
그렇게 매일 아침 나는 대면할 수 없는 그를 대면하고 살고 있다.
비대면 세상에서 대면하는 삶,
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사는 건 결국 이런 거다.